요즘 커리어, 창업, 이직, 돈, 행복… 머릿속에 동시에 여러 탭이 떠 있는 느낌으로 사는 분들 많을 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토스팀 리더 이승건의 10년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동안 브라우저의 모든 탭을 닫고, 딱 한 페이지만 남겨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강연은 겉으로는 토스의 10년 여정 이야기인데, 속 내용을 뜯어보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실행했는지에 대한 꽤 솔직한 회고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회고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기반을 만들고 가장 행복했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서 그대로 살겠다고 끝까지 우기는 것.
이 글에서는 강연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제가 개발자로 살면서 느낀 지점들을 섞어가며 다시 풀어보려고 합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인생 설계 이야기로 읽히도록 적어볼게요.
마음대로 살고 싶다면 먼저 해야 할 일: 기반부터 깔기
이승건은 자기 인생의 방식을 세 단계로 정리합니다.
첫 번째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기반을 만든다.
여기서 말하는 기반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것들입니다.
오늘 잠 못 잘 정도의 불안은 없는 상태.
한 번 크게 틀려도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력.
내가 정말 신경 쓰는 사람 몇 명은 굶기지 않을 자신.
이게 없으면, 우리는 용감한 척하면서도 결국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기초 체력이 없는데 풀 마라톤을 뛸 수는 없죠.
흥미로운 건, 이 기반을 만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입니다.
꿈을 키운 게 아니라 줄였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성공 패턴은 이렇죠.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큰 집”
“더 좋은 차”
그런데 이승건은 어느 순간 이렇게 느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인생이 전부 준비만 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준비, 고등학교 때는 대학 준비, 대학 때는 좋은 회사 준비, 좋은 회사 들어가서는 그 다음 스텝 준비.
정작 행복하게 사는 시간은 미래의 어떤 시점으로 계속 미뤄두고, 오늘은 그 미래를 위한 예열에만 쓰고 있던 겁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좀 뜨끔했어요.)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이랑 너무 비슷하거든요.
이직하려고 알고리즘 공부 -> 이직 준비 끝나면 또 새로운 기술 공부 -> 연봉 오르면 집값이 눈에 밟혀서 또 돈 걱정 -> 돈이 좀 모이면 이번엔 결혼과 승진 걱정..
이승건 님이 했던 건,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고 믿고 있던 목록을 한 번 싹 적어보고,
그중에 진짜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 지워버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멋진 타이틀, 화려한 이력,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생 요소들은 생각보다 하나도 안 중요하더라는 얘기죠.
대신 남은 것은 이런 거였습니다.
- 내 마음을 진짜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삶.
- 누군가에게 연탄처럼 뜨거운 사람이 되어본 경험.
- 내가 보기에는 꼭 필요한데 아무도 안 하고 있는 일을 하는 삶.
이 기준으로 다시 보면 치과의사, 좋은 병원, 안정적인 커리어 같은 건 그냥 사회가 만들어준 안전 패키지에 가까웠던 겁니다.
기반을 마련한다는 건 많이 갖는 게 아니라 덜 가져도 괜찮은 상태까지 욕망을 줄이는 일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내가 마음대로 살 수 있을 만큼만 욕망을 줄이는 것, 그게 진짜 기반이다.
내 욕망이 진짜 내 건지, 한 번쯤 의심해보기
강연에서 제일 공감됐던 문장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조금 러프하게 바꾸면 이렇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삶을 내가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친구들이 멋있다고 여기는 걸 나도 간절히 원하는 줄 알고,
사회가 괜찮다고 말하는 기준을 내 가치관이라고 믿고 산다.
어릴 때는 당연히 엄마가 하라는 대로 사는 게 생존 전략입니다.
문제는 어느 순간 이 모드를 꺼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 시점을 놓치고 그냥 쭉 가버린다는 점입니다.
“좋은 대학 가야지”
“괜찮은 회사 들어가야지”
“연봉은 최소 이 정도는 돼야지”
“결혼은 이 나이대쯤”
“집은 이 정도면 체면이 서지”
이게 정말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욕망이라면 상관없습니다.
문제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게 부모, 친구, 사회가 원하는 욕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승건 님은 이걸 아주 노골적으로 털어놓습니다.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어서 치대를 갔고, 남들이 보기에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어서, 기사에 이름이 나와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래서 계속 달려왔다고요.
근데 어느 날 질문을 던진 겁니다.
이게 정말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인가.
그 답이 아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지우기 시작한 겁니다.
개발자로 사는 저도 이걸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내가 정말 만들고 싶은 건 뭔지, 진짜 재미를 느끼는 일은 뭔지, 연봉 테이블과 이력서를 잠깐 내려놓고 생각하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때가 많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철학 공부를 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목표들을 적어놓고 이 질문을 해보자는 거죠.
이 목표가 실패하면 나는 정말 무너질 만큼 힘들까?
아니라면, 그건 진짜 내 욕망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끝까지 책임질 사람의 범위를 정하는 일
이 부분은 생각보다 잘 이야기되지 않는 주제인데, 정말 현실적인 포인트라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내 인생만 책임지면 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형제자매, 배우자, 아이들, 가까운 친구들.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나도 멀리 보고 살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이승건 님은 두 번째로
내가 끝까지 책임질 사람의 범위를 명확히 그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까지 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돈도 빌려주고, 힘들면 달려가고, 어떻게든 옆에서 버텨주려고 했던 거죠.
그렇게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의 삶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아주 냉정하게 심리적, 경제적 책임 범위를 잘라냈다고 말합니다.
결국 남은 건 가족이었고 그래서 치대를 선택한 이유도 부모님의 경제적 안정을 먼저 확보해 주기 위해서였다고 하죠.
이게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어른의 선택에 가까운 태도라고 느꼈습니다.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범위까지 끌어안고 있으면, 나는 평생 준비만 하다가 끝이 납니다.
누구를 끝까지 책임질 것인지 그 선을 진하게 긋는 일은
결국 나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걸 꽤 늦게 깨달았습니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정말 책임져야 할 동료와,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발짝 떨어져 봐야 할 사람을 구분하지 않으면 결국 내 에너지가 사라지고,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쏟을 힘도 남지 않습니다.
이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설계에 가깝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여기서부터가 저는 이 강연의 진짜 핵심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승건 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행복했던 때처럼 살고 싶었다.
그때가 언젠지 떠올려보라고 하죠.
어릴 때 친구들이랑 구슬치기하던 시절, 딱지치기하고, 달리기하고, 집에 돌아가면 따뜻한 밥이 있고, 내일에 대한 고민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됐던 시절.
게임을 못해도 괜찮았던 시절입니다. 지금은 뭐 하나 못하면 바로 비교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지만 그때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죠.
그 시절의 핵심은 이런 겁니다.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이 아니라도 좋아서, 재밌어서 하는 것 자체로 충분했다는 것.
성인이 되면 이 감각을 거의 완전히 잊습니다.
“이게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나?”
“이거 해서 돈이 되나?”
“이거 한다고 뭐 남는 게 있나?”
그런데 이승건은 이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끄집어내서 자기 삶의 기준으로 다시 세팅합니다.
재밌으면 한다. 좋아서 한다. 잘될지, 성공할지는 두 번째 문제다.
이게 말로만 들으면 순진한 얘기처럼 들리는데
토스의 여러 선택들을 보면
꽤 집요한 원칙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팀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복지를 미친 듯이 올려서라도 해결하려고 하고, 일 자체를 놀이처럼, 실험처럼 접근하려고 하고, 기존 관습과 부딪힐 만한 일에서도 그게 더 재밌고 의미 있으면 그냥 한다는 식입니다.
회사 안에 미용실이 있고, 각종 복지가 넘쳐나는 것도 겉으로는 좋은 회사 브랜딩처럼 보이지만 내부 논리는 단순합니다.
팀원들이 생활 걱정 덜 하고, 구슬치기하던 그 시절처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
저는 이걸 보면서 개발자 인생에도 그대로 옮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는 차치하고 일단 내가 진짜 재미를 느끼는 일인가.
숫자를 떠나서 이걸 하면서 나는 살아 있는 느낌이 나는가.
이 감각을 무시하지 않을 때 장기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망해도 괜찮았던 5년
여기서 이승건 님의 행동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는 어느 날, 선배 병원에 놀러 갔다가 아이폰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30살 즈음에 스티브 잡스를 알게 됩니다.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앱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이전의 그였다면 이 생각은 잠깐 올라왔다가 이렇게 지워졌을 겁니다.
내가 뭘 안다고 지금 안정적인 커리어를 왜 버려. 이걸 해도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때는 이미 인생의 기준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재밌으면 하는 거지 뭐. 구슬치기 한 판 더 하는 느낌으로.
그래서 그냥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5년 동안 계속 망합니다.
재미있는 건 망하는 게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 시대의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길 위에 올라탔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토스가 성공했다고 해서 자기 인생의 본질이 바뀐 건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인생은 이미 앱을 만들기로 결정했던 그날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고요.
그리고 이 감각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실패 그 자체보다 실패했을 때 남들이 뭐라 할지 나 자신을 얼마나 비난할지에 대한 상상입니다.
근데 인생을 성공/실패로 나누지 않고
오늘 하고 싶은 걸 했냐, 오늘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대로 살았냐
이 두 가지로 나누기 시작하면 실패라는 개념 자체가 많이 흐려집니다.
망해도 구슬치기 한 판 지는 정도의 느낌.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이건 사이드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와도 비슷합니다.
이거 출시되면 대박 나야 해, 여기서 다음 커리어가 열려야 해,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시작도 못 하거나 두려움에 묶여서 이상한 최적화를 하게 됩니다.
반대로 진짜 만들고 싶은 걸 내 기준대로 한 번 끝까지 만들어 보는 경험 자체를 목표로 삼으면 그 프로젝트는 이미 절반 이상 성공한 셈입니다.
토스가 선택한 말도 안 되는 결정들에서 보이는 일관성
강연 후반부에는 토스가 겉으로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선택들을 몇 번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원칙을 알고 보면 이상한 선택이 아니라 너무 일관된 선택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첫 번째는 간편송금 서비스 아이템을 정할 때입니다.
토스를 시작하려 할 때 이미 국내 빅테크 기업이 간편송금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아, 이건 안 되겠다.”
“이 시장은 이미 끝났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지.”
그런데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동안 나는 계속 실패해온 사람이다.
이걸 하면 거대 기업에게 진 사람이라는 타이틀이라도 얻게 된다.
지금보다는 낫다.
그래서 하고 지겠다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밀어붙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훨씬 더 위험해 보입니다.
토스가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
회사의 자금이 3주 남았을 때
거의 확정 단계까지 가 있던 투자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들어온 여러 조건들을 보니
이 투자와 손을 잡으면 토스는 송금 정도만 하는 회사로
딱 거기까지 성장하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여기서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일단 살고 보자.”
“3주 남았는데 무슨 소리냐.”
“지금 망하면 직원들은 어떡하냐.”
그는 오히려 이렇게 봅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장기적으로 팀원들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것보다 우리가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투자자에게 하지 말자고 통보합니다.
그리고 3주 남기고 새로운 투자자를 다시 찾기 시작합니다.
망하면 그동안 여덟 번 망한 거에 한 번 더 얹는 거고,
어차피 나는 성공을 목표로 산 사람이 아니라
내가 믿는 방식대로 살려고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론적으로는 3주 안에 투자자를 구하고 회사는 계속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인트는 기적처럼 투자자를 구했다가 아니라, 위험 속에서조차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기준을 버리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채용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옵니다.
토스가 한참 욕도 먹고 오해도 받던 시절에 PR 매니저가 한 명도 없었는데 첫 PR 담당자를 채용하는 데 11개월을 썼다고 합니다.
빨리 사람 뽑아서 불 끄자는 식이 아니라 함께 일했을 때 마음이 맞고 같은 미션을 보고 갈 사람을 기다리면서 그 11개월 동안 들어오는 모든 유탄을 다 맞은 겁니다.
겉으로 보면 무책임하고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결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성공하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였다면 이 모든 선택은 미친 짓입니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때처럼 사는 것. 그 감각을 팀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것만큼 일관된 선택도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내 인생에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여기까지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 토스니까, 성공했으니까 말이 이렇게 예쁘게 포장되는 거지.”
저도 처음에는 그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곱씹다 보니 이건 토스라는 특수한 환경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든 자기 인생에 한 번쯤은 적용해볼 수 있는 프레임 같았습니다.
정리해 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든다
- 내 욕망을 의심하고, 진짜 원하는 것을 추려낸다
- 내가 끝까지 책임질 사람의 범위를 정한다
-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나를 기준으로 삶을 다시 설계한다
- 결과보다 그 길을 걷는 감각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삶을 갑자기 뒤집어엎으라는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숫자와 현실은 무시하면 안 됩니다.
월세는 내야 하고, 카드값은 나가야 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한 가지 정도는 당장 해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질문입니다.
“지금 내가 매일 하는 일 가운데 구슬치기 같은 게 하나라도 있는가.”
돈이 되든 안 되든 커리어에 도움이 되든 안 되든 그냥 좋아서 하는 게 하나라도 있는가.
저는 이 질문을 제게 던져보고 살짝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 남들이 오래 읽고 곱씹을 수 있는 글을 쓰는 일, 그리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일인데 이걸 단순히 사이드 작업이 아니라 좀 더 중심으로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장 회사를 그만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하루에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을 조금씩 더 많이, 더 진지하게 배분해 보기.
그게 아마 대부분의 우리에게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첫 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무리: 성공보다 내가 어떤 게임을 할지부터 정하자
이승건 님의 10년 여정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게임을 할지 먼저 정했고 그 게임에서 이길지 질지는 두 번째 문제로 밀어놨다.
그리고 그 게임의 룰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기반을 만들고 가장 행복했던 나의 상태로 돌아가 그 기준을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 것.
저는 이 강연을 들으면서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우리는 너무 빨리 성공 확률부터 계산한다는 것.
“이걸 하면 잘 될까”
“경쟁자는 누가 있을까”
“시장 사이즈는 얼마일까”
물론 이런 계산도 필요하지만 이걸 먼저 꺼내는 순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먼저 죽어버립니다.
둘째, 우리는 너무 늦게 내가 어떤 순간에 진짜 행복했는지 묻는다는 것.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잠깐 멈칫합니다.
이게 이미 꽤 위기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 질문을 같이 던져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젠가요?
그때의 당신은 어떤 표정, 어떤 생활 리듬, 어떤 마음 상태였나요?
그리고 지금 하루에 그때의 당신과 겹치는 순간이 몇 분이나 되는지 한 번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이승건과 토스의 이야기가 대단해 보이는 이유는 수천억, 조 단위의 성공을 거둬서라기보다
누군가가 정말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감각을 끝까지 지키며 살아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대부분은 어딘가에서 타협해 버린 그 지점을 조금만 늦게 포기해 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꽤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글이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자는 얘기가 아니라는 건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실 겁니다.
대신, 오늘 밤 잠들기 전에 단 한 장의 메모지만 남겨보면 어떨까요.
-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것 한 가지
- 정말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사람 몇 명
-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나를 한 문장으로 적어보기.
어쩌면 그 메모 한 장이 10년 뒤에 돌아봤을 때 당신만의 토스 같은 이야기를 시작하게 해준 작은 북극성일지도 모릅니다.




